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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과 60의 차이

스위스 취리히에서 주행속도를 60km에서 50km로 줄였더니 보행자 치사율이 20%까지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OECD 회원국이 한결같이 도시부 제한속도를 시속 50km 이하로 설정하여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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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의 차이는 10이다. 단순히 물리적인 크기로 환산한 값이라면 좋겠다. 다름 아닌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미국, 영국 등 교통선진국과 격차를 좁히지 못한 자동차 주행속도의 차이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나라도 일반도로에서는 시속 50km로 운행해야 한다. 정부, 지자체, 민간기관이 협력하여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안전속도 5030 사업이 결실을 맺어, 도시부 도로의 제한속도를 일괄적으로 50km 그리고 주택가를 포함한 생활도도로의 제한속도는 30km 이하로 각각 낮춰 시범운영을 거쳐 2020년에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일반도로의 제한속도를 낮추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등의 속도를 규정한 도로교통법이 수 없이 개정되었지만, 제한속도만큼은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지난 3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등의 속도는 1915년에 제정된 자동차취체규칙(조선총독보 경무총감부령6) 11조에 처음으로 명문화되었다. 법 조항을 보면, 시가지도로에서는 시속 8마일(13km), 그외 도로는 12마일(20km)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당시 도로사정과 자동차 성능을 가늠할 수 있으며, 이후 도로종류와 자동차 제원을 고려하여 여러 차례 개정이 있었다. 엄격한 의미에서 오늘날과 같은 제한속도 규정은 1961년 도로교통법 제정을 계기로 구체화되었으며, 1970년 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도로교통법 3차 개정을 통해 도로종류에 따른 통행속도와 통행방법이 완성되었다. 그 동안 어린이 보호구역 등 보행자 보호구역에 대해 예외적으로 시속 30km를 적용하고 있지만, 일반도로의 주행속도 시속 60km는 변함이 없었다.

우리나라 제한속도의 변천과정을 구구절절 나열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그만큼 우리 일상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숫자가 바로 60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60이라는 숫자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4차 교통안전기본계획(1997~2001)에 보행자 안전을 위한 제한속도 하향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며, 5차 교통안전기본계획(2002~2006)에서는 보도와 차도가 혼재된 도로의 제한속도 하향조정을 정책과제로 구체화하였다. 이후에도 제한속도 하향을 위한 정책방향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으나 구체적인 성과로 연결되지 못하였다.

일반도로에서 자동차 등의 주행속도를 시속 60km에서 50km이하로 낮춰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두말할 필요 없이 교통사고 사상자를 줄이기 위함이다. 자동차 주행속도와 교통사고의 관계는 많은 경험적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주행속도와 사고는 정적인 관계를 지니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속도별 보행자의 중상사고 발생률에 관한 미국교통안전청(NHTS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시속 20마일(32km)에서는 5%, 시속 30마일(48km)에서는 40%, 40마일(64km)에서는 80%, 50마일(80km)에서는 100%라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스위스 취리히에서 주행속도를 60km에서 50km로 줄였더니 보행자 치사율이 20%까지 감소했다는 결과도 있다. OECD 회원국이 한결같이 도시부 제한속도를 시속 50km 이하로 설정하여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국가에서 한다고 그대로 따라할 필요는 없지만, 어쩌면 5060이라는 10의 차이가 아직까지 차대 보행자 사고 점유율이 39%에 이르고,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가 OECD 회원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후진적 양상을 갖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일반도로 주행속도 하향은 교통사고 사상자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또한 현재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람중심의 교통안전 정책에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노인보호구역, Zone 30 등 보행자 보호와 보행 이동성 제고, 비보호 좌회전 확대를 포함한 신호체계 개편, 회전교차로 확충, 자전거 이용 활성화 등 제반 정책이 기본적으로 일반도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도로이용과 관련한 사회적 규범을 재설정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가마다 생활양식 등 문화에 차이가 있듯이 교통법규 등 사회 구성원이 합의한 의식과 행동체계인 법규에 대한 사회적개인적 허용수준 역시 저마다 다른 특성을 보인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제한속도 100km 구간에서 허용되고 수용할 수 있는 초과속도를 120km 내외로 설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규위반에 대한 사회적 허용도가 기준치보다 20%를 상회하고 그만큼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제한속도 하향 조정은 법규위반에 대한 이탈을 최소화하고 다른 기초질서 영역까지 준수율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도모할 수 있음을 뜻한다.

안전속도 5030사업은 민관이 협력하여 추진한 성공모델로서 신성불가침 영역처럼 간주되어 왔던 제한속도 규정을 소통과 안전 측면에서 조정함으로써 매우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한속도 조정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고 실행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고, 일부에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들 폄하하기도 한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제한속도 하향 조정과 관련하여 다양한 도로이용주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교차로 신호주기 조정 등 신호운영방식과 교차로 설계 등 공학적 대응방안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교통사고가 자동차와 자동차 그리고 보행자의 상충 때문에 발생하듯이, 일반도로 제한속도 하향과 관련한 상충요인을 최소화하는 실행방안이 수립되어야 하겠다. 지난 30년 이상 교통선진국 진입을 가로막은 5060이라는 10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김인석 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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